헛잠
황정숙
땅속에서 수십 년을 묵었으나
수맥이 씻고 씻은 죽음은 썩지 못했다
수십 년의 매장은 헛잠이 되었다 때로는
덮친 바퀴가 차마 나가지 못한 저 비명을 돌아
금이 간 머리,
수박통처럼 드러날 때
무덤 속에서도 도저히 컴컴해지지 않는 죽음
죽어라고 죽으려해도 죽어지지 않는 죽음
입안으로 들어가서도 미처 말이 되지 못한 말은
잠시 귀속된 시간을 벗었다 입은 것처럼
아직도 죽음으로 들어가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다
땅이 뒤집힌다
시간이 움직인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단지 묵었던 것이므로
추려진 뼈들이 흩어진 살점을 찾아
토치램프의 달궈진 머리통으로 타들어 가는 저녁
고적운 속에는 이장된 해골이 웃고 있다
뒤집힌 땅을 날고있다
수십 년이 비명으로 빠져나가고 수십 년이 한올씩 풀린다
'시인님들의 숲 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꽃잎 / 도종환 (0) | 2013.07.26 |
|---|---|
| [스크랩] 유명 시인의 현대시 222 모음 (0) | 2013.07.25 |
| 연 꽃 (김정아 시인) (0) | 2012.05.22 |
| 동백꽃 (김정아 시인) (0) | 2012.05.22 |
| 심심한 날 (김정아 시인) (0) | 2012.05.22 |